미국의 기업 리뷰·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가 발표하는 '미국 최고의 직업 50'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직업이 있습니다. 평균 연봉이 1억을 상회하는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가 그것으로, 데이터 분석이라는 영역에 대한 기대감과 그 중요성이 얼마나 커졌는지 체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렇듯 4차산업혁명은 데이터의 시대이고, 데이터를 통해 모든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HR(인적자원,인사관리) 분야도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전통적인 HR 영역에서는 관리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해서만 인사 관리를 해왔습니다. 특히 채용의 경우, 면접관들의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하다 보니, 면접관의 심리 상태나 당일의 컨디션, 주위의 환경 등에 따라 당락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HR 애널리틱스’는 기존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해오던 것에 비해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며 공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인사 담당자(관리자)의 직관에 데이터 분석을 가미해 그 객관성과 효율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래는 그 사례들에 대해 소개드리는 내용입니다.
Case 1 : 백화점 판매직 채용
미국의 대형 백화점 체인 봉통(BonTon)은 매출이 가장 큰 1층 화장품 매장에 어떤 직원을 채용해야 성과가 높은지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검증했습니다. 데이터 분석 전 채용 기준 중 하나는 화장품 매장 직원의 ‘외모’였습니다. 화장을 잘하는 사람이 제품을 판매해야 고객들이 더 신뢰감을 느끼고 화장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봉통은 기존 판매 직원들을 중심으로 인성, 적성 검사를 실시했고, 그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매출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름 아닌 ‘인지 능력’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지 능력이 좋아야 빠른 판단으로 고객에게 적절한 제품을 추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지 능력 상위 50%의 집단이 하위집단보다 매출 10%가 더 높고 본인의 직무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았습니다. 이후 채용 시에는 ‘인지 능력’, ‘상황판단력’, ‘주도성’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점수가 높은 후보자 위주로 채용했고, 이후 과거 대비 매장당 평균 이직률은 25% 정도 감소하고 매장당 월 매출이 1400달러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ase 2 : AI 면접
식을 줄 모르는 대한민국의 인공지능(AI) 열풍은 기업의 HR(인사관리)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필두로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HR의 고도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중입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다스아이티는 ‘inHR’이라는 AI 면접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inHR는 여러 번의 면접을 통해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원자를 분석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면접에서 크게 4가지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합니다. 첫 번째는 우수면접관의 면접 평가 결과 학습 후 이를 분석한 데이터, 두 번째는 현직자 대상 면접 진행 후 고, 저성과자들의 답변 특성을 분석한 데이터, 세 번째는 기업 및 직무별 인재상과 인재별 필요역량 데이터, 네 번째는 뇌과학에 근거한 사람들의 표정, 시선, 목소리 떨림 등과 관련된 감정 데이터 등입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안면의 온도 변화, 맥박/심장 박동 체크 등을 통해 표정 및 감정분석을 하고 지원자의 의사소통 능력, 감정전달 능력, 호감도 등의 외형적인 역량을 판단합니다.
Case 3 : 구글의 HR 시스템
글로벌 대기업들이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성과를 불과 10년 만에 달성한 유니콘, 데카콘 기업들은 데이터에 기반한 HR 혁신도 충분히 가능함을 몸소 증명했습니다. 그 대표주자는 단연 구글입니다. 구글은 구성원 모두가 공정하다고 받아들이는 철저한 성과 위주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냉정한 성과 평가 시스템은 소속 팀이나 부서를 넘어 다양한 동료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며, 상사의 리더십 또한 부하들의 평가 대상이 됩니다. 분기 단위로 평가가 이루어져 축적되는 데이터의 양도 매우 많습니다. 채용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채용시의 모든 의사 결정이 데이터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구글의 채용 원칙 중 하나는 담당자나 직속 상사(팀장 등)보다 채용위원회의 의사 결정이 우선하는 것입니다. 구글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통계적인 알고리즘을 채용에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최고의 인재 채용을 위해 심사숙고하던 6~9개월의 기간을 평균 47일로 줄였습니다. 또, 15~25명에 달하던 면접관을 4명 이하로 줄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구글은 사람의 판단이 개입되어 발생하는 문제를 미연하게 방지하기 위해 HR 애널리틱스 시스템을 도입했고, 철저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람, 조직, 문화, 그리고 기술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과 조직, 문화와 같은 복잡한 현상을 다루며 직관에 의존해오던 HR의 영역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국민은행, 신세계, KT&G, 아산병원, 이노션 등 지난 한해에만 190여 개의 기업이 AI 역량 검사를 통해 크고 작은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역량의 적합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육군과 해군 등 군인의 선발에도 AI 역량 검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사 부서의 핵심 과제는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것이며, 이는 곧 회사(단체) 전체의 중차대한 업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을것인가?” 위 사례들 모두 각기 방식은 다르지만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과 AI를 활용한 ‘HR 애널리틱스'는 채용에 얽힌 부정행위와 비리를 해결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등 그 순기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가 기준 및 선발 인재의 지나친 획일화와 인간 정서(사람은 사람이 뽑아야 한다와 같은)에 반하는 부작용 등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에 의한 결과를 100%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 결과에 대해 100% 수긍할 수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한 문제 제기 또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거스를 수 없는 4차산업혁명의 파도 속에서 헤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관련 기술들을 적극 도입하면서도 그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미래 기술과 공존해 나가는 묘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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